[ 에티오피아 십자가 ]


굳은 믿음이 만든 아름다움의 결정체 아프리카 대륙 동북쪽 뿔처럼 솟아있는 곳에 위치한 에티오피아는 많은 흥미를 자아내는 곳이다. 아프리카에 있으면서도 모습이나 생각이 달라서 아프리카 인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자, 심각한 기아에 시달리면서도 자긍심은 절대 사수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또 320만 년 전의 최초 인류화석인 루시를 비롯한 다양한 화석이 발견된 인류학의 성지이자, 십자가를 통해 믿음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에티오피아는 기원전 10세기, 솔로몬 왕과 시바여왕의 아들 메넬리크가 나라를 세운 이래 1974년 군사 쿠테타로 제 255대 황제인 셀라시에가 축출당할 때까지 3000년 간 세계 최고(最古)의 왕조를 이어왔다. 4세기에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 에티오피아 정통기독교를 세웠고, 고지의 돌산을 파내서 11개의 교회를 세우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북부 도시 곤다에 십계명의 원본을 보관하고 있다고 할 만큼 기독교는 이들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다양한 모양의 십자가를 만들어서 제단에 비치하거나 성직자가 들고 의식을 집행했는데 펜던트로 만든 작은 십자가는 평생 몸에서 떼지 않으며 깊은 신심을 확인하곤 했다. 모든 십자가는 세로가 가로보다 긴 라틴십자가와 가로세로 길이가 같은 그리스십자가의 형태를 그 기초로 삼고 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만 유일하게 독특하고 세련된 십자가를 만들었다. 십자가의 기본 틀이나 뜻은 고스란히 간직했으면서 그 안에 온갖 종교적, 미학적 아름다움을 뛰어나게 표현했다. 에티오피아 십자가에는 수많은 뜻이 상징적으로 들어있다. 대부분 두 개의 긴 원이 맞물려있는데 이것은 순간과 영원, 하늘과 땅, 영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의 상징이다. 에티오피아 십자가의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이런 깊은 뜻을 아주 간결하고 추상적으로 함축해서 표현한 것이다. 이런 종교적인 상징물은 천재성을 갖춘 예술가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두터운 컬렉터 층을 가지고 있는 이 십자가는 21세기의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던져주는 상징적인 존재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