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찌와 발찌 ]


관절 마디에 피는 꽃 원(圓)은 시작도 끝도 없는 완벽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몸과 영혼이 하나임을 확인시켜주는 원형에 담긴 뜻은 팔찌와 발찌에도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래서 사자(死者)의 몸에서 팔찌를 제거해야 그의 영혼이 몸에서 떠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영혼과 몸을 이어준다는 믿음 때문에 고대 전사들은 싸움에 나갈 때 팔찌를 많이 착용했다. 오래 전부터 팔찌와 발찌는, 착용한 사람들의 사회적 신분, 권력, 재산 표시 및 보호용 부적으로 쓰였다. 특히 팔찌와 발찌로 장식하는 부위는 팔목, 팔뚝, 어깨, 발목, 무릎 등 모두 관절부분이어서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육체적 취약점을 보호하는 한편 정신적 위안을 얻기 위해서 팔찌와 발찌를 했다. 여성들은 무엇보다 자신이 가진 팔다리의 날씬함을 과시하여 그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기 위해서 이 장신구를 선호했다. 회교와 인도 문화권에서는 대부분 팔찌를 쌍으로 만들어서 썼지만 아프리카의 많은 종족들은 여러 개의 팔 발찌를 하면 그만큼 더 확실한 보호장치를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청동장신구가 종교와 밀접하게 관련된 서부아프리카 지역에서 점쟁이는 작명식 때 청동 팔찌를 평생 착용할 것을 명하는데, 그 소유자가 죽으면 장신구에는 소유자의 영혼이 깃들었다고 믿어서 제단에 모셔지는 풍습도 있다. 상아 팔찌는 위엄을 나타내기 때문에 특히 나일강 상류지역의 종족에게는 매우 인기가 있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특이한 형태의 상아 팔찌를 뽐냈는데, 에티오피아의 딩카족은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자만이 상아 팔찌를 소유할 수 있었고 나이지리아에서는 왕족만이 착용할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발찌를 착용하면 지상의 악령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신랑이 그의 예비 신부에게 발찌를 주는 것이 관례가 되기도 했다. 아이보리코스트 단(Dan)족 추장의 아내는 6kg가 넘어 걷기 어려운 발찌를 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귀한 몸의 상징이면서 일에서 해방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결혼지참품목의 하나로 발목에 맞추어 주조된 발찌를 착용했는데 죽음만이 그 발찌에서 벗어나는 길이었다. 전통장신구는 실용성이나 효율성을 중시하는 서구인들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장신구 착용에서도 그들은 작은 생활철학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불편함이나 어느 정도의 고통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