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박(琥珀) ]


하나의 돌 속에 지구의 역사가 들어있다. 수천만 년 전 일부 지역의 커다란 숲 속 나무에서 끈적끈적한 진액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이 향기로운 진액은 나무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면서 틈새를 매우기도 하고, 모기, 파리, 거미, 도마뱀 등 곤충과 동물을 그 속에 응축시켜 품기도 했으며, 씨앗, 나뭇잎, 깃털 같은 것들을 삼키기도 했다. 그러다 지질시대가 진행되면서 숲이 땅 속에 묻히고 나무 진액은 “호박”이라 불리는 부드럽고 따뜻한 황금색 보석이 되었다. 호박은 고생대 나무에서 흘러나온 진액의 화석으로, 이것은 본래 유기 혼합물이 자연적으로 중합(重合)하는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 대부분 호박의 나이는 3천만 년에서 9천만 년으로, 영화 <주리기 공원>에서 공룡의 디엔에이 (DNA)를 수천만 년 동안 품고 있던 것도 호박이다. 호박 속에 간직된 두터운 세월의 자취는 오래 전에 사라진 지구의 비밀을 찾으려는 많은 과학자들에게 집념이라는 형벌을 주기도 한다. 촉감이 따뜻하고 가벼운 호박은 주로 노란색과 황금색을 띠는데, 흰색, 붉은색, 검은색과 푸른색도 있다. 햇빛을 끌어올리고 어둠을 몰아내는 보석으로 여겨진 호박은 오묘함 색과 풍요로운 촉감으로 오랫동안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아 왔다. 특히 마르코 폴로는 호박의 아름다움에 경탄을 아끼지 않았으며, 로마의 네로황제는 이 보석을 “북쪽의 황금”이라 칭송하며 광적으로 좋아한 나머지 호박을 구하기 위해 기사를 보내기도 했다. 세계 곳곳의 결혼식에서도 호박을 많이 사용했는데, 특히 아프리카는 서부 모로코부터 동쪽의 소말리아에 이른 지역에서 결혼 지참금이나 결혼 선물로 호박을 애용했고, 19세기 말까지는 화폐로도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호박을 부와 후덕의 상징으로 여겨 족두리나 양반들의 마고자 단추, 노리게 등에 널리 사용했다. 한편 오래전부터 호박에는 약리적인 효과가 있다고 믿어왔다. 기원전 400년경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호박을 치료용으로 썼고, 로마시대에는 꿀과 섞어 먹으면 위와 이비인후과 질환에 좋다고 믿었다. 특히 호박이 표면에 지닌 특수 산(酸)은 신경계통, 심장, 콩팥의 문제를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어서 널리 사용되었다. 또 여러 곳에서 호박을 몸에 붙이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믿어서 호박 목걸이나 펜던트를 애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고대 유물지역에서 발견된 호박 비즈와 펜던트는 기원전 1만 5000년 전의 것으로, 이는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보석이 호박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태양신의 딸 헬리아스가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며 통곡하다 포플러 나무로 변했고, 그 껍질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태양빛에 굳어 생긴 것이 호박이라고 씌어 있다. 호박의 주요 산지는 발트 해 연안국가인 러시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덴마크 등지와 중앙아메리카의 멕시코, 카리브의 도미니카공화국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