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8 반지 DNA전

반지는 보석이 아니었다... 세계장신구박물관 반지 DNA전
동아일보


반지 하면 떠오르는 것은? 적잖은 사람들이 아마도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를 생각할 것이다. ‘절대 반지’는 무엇을 상징할까? 그 상징성은 한때 반지의 소유자였던 골룸을 통해 드러난다. 원작자 J R 톨킨(1892∼1973년)은 “골룸은 바로 인간 자신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한 개체 안에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골룸은 인간을 상징하며 절대 반지 역시 선악이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을 나타낸다는 것. 많은 역사학자는 ‘인류의 역사에서 반지는 메타포 그 자체’라고 말한다. 서울 종로구 화동에 위치한 세계장신구박물관은 7일부터 12월 7일까지 세계 6대주 문명 속 반지를 소개하는 ‘반지 DNA’전을 개최한다. 10세기에서 근대까지의 반지 100여 점을 사랑의 징표, 권력의 상징, 주술의 상징, 장식의 극대화 등 테마별로 나눠 소개한다. 이들 반지는 이강원 관장이 1968년부터 2002년까지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세계 30여 국가를 돌며 모은 것이다. 이 관장은 “희귀한 반지가 있다고 하면 아무리 어려워도 찾아가 구했다”며 “1979년 에티오피아 내전 때도 반지를 구하러 갔다”고 말했다. 반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신랑 신부의 결혼반지. 결혼식에서 반지를 교환하는 행위는 4800년 전 고대 이집트 왕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반지가 초자연적인 힘을 가졌으며 이 힘이 영원한 사랑을 이뤄 준다고 믿었다. ‘사랑의 징표’ 중 가장 인상적인 반지는 중앙아시아 투르크멘의 결혼반지. 이 지역에서는 신부 어머니가 결혼을 맺어 준 중매쟁이에게 지름 8cm가량의, 손가락 두 개를 넣을 수 있는 대형 반지를 선물했다. 남녀의 결합을 상징하지만 그 이면에는 신부 집안의 부와 권력의 과시라는 사회적 함의가 있다. ‘권력의 상징’으로는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종족의 통치자와 영적 지도자들이 주로 착용했다. 아프리카 수단 딩카족 추장 반지는 상아로 만들어졌는데 칼 모양 부분은 급할 때 무기로도 사용됐다. 11세기 서부아프리카 말리에서 사용된 지름 6cm 청동반지의 돌출부분은 최고 권력자의 권위를 상징한다. 또한 반지는 마법의 상징물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반지가 병을 고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고 인도인들은 손가락마다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 손가락별로 다른 반지를 착용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부족 중에는 반지를 사겠다고 고집하는 이 관장을 구타하려 한 경우도 있었다. 이 관장은 반지를 얻기 위해 부족들에게 선물을 주고 절도 하고 현지어까지 익혔다고 한다. 이 중 딩카족 추장 반지, 코트디부아르 청동반지, 말리 청동반지 등은 희귀해 해외 박물관이나 보물 컬렉터들도 탐을 낼 정도다. 이 관장은 “반지는 단순한 장신구라기보다는 한 사회의 역사와 미학을 함축하고 있는 문화의 DNA”라고 말했다. 개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5000원, 학생 3000원. 02-730-1610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