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18 조선일보

장신구박물관 연 시인 이강원씨 세계 전통장신구 삼청동 집합

[조선일보]


갤러리와 미술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경복궁 동쪽 삼청동 뒷골목에 

세계 장신구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연면적 70여평 규모의 미니 사이즈에 구리로 감싼 겉면 빛깔이 시시각각 오묘하게 변하는 모습이 꼭 화장대 위에 올려놓은 보석상자처럼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공간을 초월한 장신구 세상이다.


관장은 시인이자 수필가 이강원씨.


남편 김승영 전 대사를 따라 30년 넘게 세계를 돌며 모은 장신구 1000여점을 선보인다.


먼저, 다이아몬드는 없다. 대신 은·터키석·산호로 이루어진 19세기 초 몽골 여성의 혼례용 머리장식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유목민들의 장신구가 제일 화려합니다. 집 안 장식을 할 수 없으니 온 정성을 몸 치장에 들이는 거지요. "


1978년 에티오피아 체류 시절, 라샤이다 유목민이 시장에 걸치고 나온 은 목걸이를 보고 숨이 멎을 뻔했다는 이 관장은 "그때부터 비싸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것들만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몸을 꽁꽁 동여매는 비즈 코르셋, 8kg짜리 목걸이와 5kg이 넘는 발찌 등 박물관에는 신체를 덮고 조이고 늘이고 찌르고 꿰뚫는 다양한 장신구가 인간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검은 벽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내부는 각양각색 장신구의 신비를 펼치는 데 그만이다. 누런 호박이 벽 한 면을 장식하고 있고 10~16세기 남미 장신구를 진열한 '엘도라도의 방'은 번쩍이는 황금 세공품으로 가득하다. 대부분 무덤 부장품으로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으스스한 제의를 연상시키는 각종 남녀 제사장의 형상도 있다. 37캐럿짜리 대형 에메랄드에서는 초록 불길이 타오른다.


에티오피아 '십자가의 방'은 붉은 색을 칠한 벽으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거대한 은 십자가가 압권이다. "이제는 국외 반출이 엄격히 금지돼 있습니다. 공항에는 십자가만 찾아내는 통관 검색대가 따로 있을 정도지요. 저는 운 좋게 그 이전에 구했지만요. " 이 관장은 "현지에 장기 체류하니까 귀한 장신구를 비교적 싸게 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에티오피아어를 했던 그는 귀한 코걸이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시골길을 10시간 넘게 달려 외딴집에 사는 할아버지를 찾아가기도 했다. "절대 안 파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슴이 좀 아프지만 쿠데타나 내전 때문에 쏟아져 나온 장신구를 구한 적도 많지요. "


비즈와 상아의 대화' 방에서는 색색의 베네치아 유리 구슬을 꿴 기다란 비즈 줄을 원통 기둥에 둘둘 감아 선보인다. "서양인들이 이 유리구슬 가지고 아프리카에 갔지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이 야한 색깔에 반해 금과 노예를 아낌없이 내주었고요. " 악어이빨과 멧돼지 송곳니로 장식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지역의 남성용 장신구,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등에 다는 아프가니스탄의 하트 모양 부적, 인도 코끼리의 몸을 꾸미던 예식용 장신구….


 아르헨티나 여성들의 탱고 핸드백도 있다. 세계화, 도시화 바람 때문에, 또 관광객이 점차 오지를 오염시키면서 전통 장신구는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이 관장은 더 늦기 전에 티베트와 네팔, 모로코, 알제리, 사하라 사막 일대를 돌며 보물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02)730-1610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